가끔은 다 무슨 의미람,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생각과 생각과 생각의 어느 지점에 반복되어 찾아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 "책임은 상상력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나온다. 책 내용은 많이 잊었지만, 이 문구만은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상호인과의 그물에서, 끊임없이 이쪽저쪽으로 뻗어가는 연쇄작용을 상상하다 보면, 아무 것도 손을 댈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이쪽 저쪽으로 갈라 누군가를 쉽게 비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조차 든다.
일관성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거대한 착각인지.
비일관된 삶에 대한 부끄러움은, 아마도 남의 삶이니까 단순화해서 볼 수도 있을 그런 시선들을 의식했기 때문에 왔던 것이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이 문득 찾아왔다.
그러니 나의 과거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비일관적인 나의 오늘에 대해서도 굳이 설명같은 것을 하자면,
어떤 영화였는지, 만화였는지, 소설이었는지, 아니면 내 꿈이었는지에서 본 장면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 장면에서는 인간인지, 로보트인지에게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주입시킨다. 그랬더니 그 인간인지, 로보트인지는 혼수상태에서 생각에 생각만을 거듭하고, 깨어나기를 거부해버리더라.
그러니 그렇게 무엇이든 주어진 깜냥으로 막 행동할 수밖에 없노라고,
어느 길로든 그렇게 발을 뗄 수밖에 없노라고.
예전 블로그에 남겼던 말이 오늘 또 생각난다.
젠장, 머리로는 니체인데, 사는 건 헤겔인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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