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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부조

"자유"로워지니 좋습디까 『만물은 서로 돕는다』 7-8장(마지막) 세미나 지난 시간에는 15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벌어진 중앙집권적 국가와 자생적 공동체 사이의 갈등을 다루었습니다. 자생적 공동체는 끝까지 분투하였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결국 이 갈등에서 승리를 거둔 쪽은 국가였습니다. 3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의 국가들은 상호부조의 전통에 뿌리 내린 제도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동체의 공유지를 사유화한 ‘울타리치기’였죠. 공동체의 재산 기반만을 무력화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촌락 공동체는 민회와 자치법정과 같은 독립적 경영권을 몰수당했고, 길드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겪었습니다. 국가는 대학이나 교회와 같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상호부조의 전통에 연합주의나 지역주의와 같은 딱지를 붙.. 더보기
시민의 희망, 시민의 한계 『만물은 서로 돕는다』세미나 2회차(5-6장) 발제문‘시민市民’은 본디 두 가지 외국어 단어를 옮길 때 공히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하나는 부르주아bourgeois, 또 다른 하나는 시투아앵citoyen(영어로는 시티즌citizen)입니다. 시민계급이나 시민문화, 시민문학 같은 말에서 ‘시민’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것이 부르주아입니다. 특정한 계급, 경제적 계층을 가리키는 단어죠. 두 번째 용례는 시민사회나 시민의식 같은 표현에서 가리키는 바로, 오늘날 보편적으로 쓰이는 의미입니다. 일종의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이 둘이 한 단어로 번역될 수 있었다는 데서, 그 둘 간의 구분이 그리 엄격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부르주아는 말 그대로 ‘부르bourg에 사는 사.. 더보기
신화 깨뜨리기 『만물은 서로 돕는다』세미나 1회차 발제문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 하나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면, 다윈은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로 기억됩니다. “적자생존”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말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손”과 함께 근대국가와 시장사회를 떠받치는 또 다른 신화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 함께 읽을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의 가장 큰 의미는 이 두 가지 신화가 말 그대로 신화일 뿐임을 드러낸다는 데 있습니다. [잠깐 사족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국문 제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뭔가 너무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달까요. 영어 제목인 Mutual Aid: A Factor of Evolution(상호부조: 진화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