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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무언가 쫓기는 기분, 사실 별 궁금하지 않은 것들인데 알아둬야 할 것만 같은 강박감은 내겐 아주 오래된 익숙한 감정이었다. 금융계에 있던 시절, "나는 이 일을 오래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시장은 늘 빠르게 돌아가고,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이 생겨났다 없어지고 또 이리저리 움직였다. 절대 멈추지 않는 정보의 흐름. 그런데 사실 나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궁금하질 않았다. 신문을 읽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었고, 안테나를 세우고 코를 킁킁거리며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영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일을 두고 "그런 일이 있었나요?" 같은 질문은 허락되지 않는 곳이었다. 어떻게든 기본이나마 남들 아는 만큼은 아는 시늉을 하며 애써야 하는 .. 더보기
다시 한 번! 현재와 미래를 긍정하기 위해 과거를 긍정한다는 것, 그리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을 시도한다는 믿음은 요즘 횡행하는 자기계발식 "긍정적 마인드"와는 다르다.과거 사건을 구성하는 원인들의 배치에 현재 발생하는 새로운 원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전혀 다른 새로운 사건이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 . 그리고 이 새로운 배치 속에서 과거의 배치 속에 존재했던 원인들은 새로운 사건의 원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_131쪽 과거를 단 하나의 서사로 규정해 버리면, 그 안에 숨어 있는 다른 무수한 결은 비활성화된 채로 사장된다. 다시 말해, 과거는 정말 "과거"로, 더 이상 다른 차이를 생성해낼 수 없는 죽은 사건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은 새로운 사건과 접합할 때, 언제나 "현재" 혹은 "미래"로 되살.. 더보기
지칠 땐 역시 니체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저자프리드리히 니체 지음출판사책세상 | 2005-10-30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니체 전집 제12권. 시인 니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니체 최...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활동에 묵묵히 고독하고 결연하게 만족하는 불굴의 인간. 자신들이 극복해야 할 것을 모든 사물에서 찾으려는 내적인 성향을 지닌 인간. ... 모든 승자들에 대하여, 모든 승리와 명성에서 우연이 차지하는 부분에 대하여 예민하고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인간. 자기 방식의 축제일과 근무일과 애도일을 지니고 있고, 명령하는 일에 익숙하고 확고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복종할 준비도 되어 있으며, 이런저런 일에 한결같이 긍지를 지니고 자신의 일에 복무하는 인간. 보다 많은 위험에 부딪히고, 보다 생산적이고, .. 더보기
<짜라투스트라> 3부를 읽고 썼던 글.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예전에 이 글을 쓰면서 했던 생각이 났다. 전부를 올리면 스크롤 테러이니 그중 일부만. ㅎㅎ 한마디로 줄이자면, 미래를 긍정으로 열려면 과거 역시 긍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필연이란 얘기다. ----- 모든 사건은 우발적이다. 그러나 우발적이라 함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들이 즐기는 주사위 놀이. 주사위가 던져졌을 때,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숫자가 나올 것임을 미리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주사위가 던져지는 순간, 내 손목의 각도, 힘이 실린 정도, 그 순간 스쳐 지나간 바람, 탁자 위에 떨어지는 방향, 탁자가 주사위를 다시 튕겨내는 탄성의 정도.. 더보기
기능과 건강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 안성찬 어떤 것을 자신의 기능으로 변형시키고자 하는 강자에게는 스스로 요구하는 능동적 욕구가 기쁨과 결합되고, 기능이 되고자 하는 약자에게는 욕구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수동적 욕구가 기쁨과 결합된다. - 194쪽 건강 그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것을 그처럼 정의하려는 모든 시도는 비참한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무수히 많은 종류의 육체적 건강이 있다. 개별적이고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머리를 쳐드는 것을 더 많이 허락할수록, "인간의 평등"이라는 도그마를 더 많이 잊어버릴수록, 그만큼 더 정상적 건강, 정상적 식이요법, 병의 정상적 진행과정이라는 개념도 우리의 의료인들에게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 인식과 자기인식을 향한 우리의 갈증은 건강.. 더보기
열정이 다가 아니다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저자프리드리히 니체 지음출판사책세상 | 2005-10-30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니체 전집 제12권. 시인 니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니체 최... 독일인은 일단 진정으로 정열에 빠져들게 되면(흔히 그런 것처럼 좋은 뜻에서의 정열뿐만이 아니라!), 그 정열 안에서 태도를 취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으므로, 그는 더 이상 자신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은 그가 박자와 멜로디를 잃고 극히 서투르고 추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에 따라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의 고통이나 동요 외에 더 이상의 것은 느끼지 못한다. - 177 요즈음 돌아가는 세상을 보며, 이 문장 앞에서 크게 고개를 끄덕끄덕. 더보기
쓸데없는 일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저자프리드리히 니체 지음출판사책세상 | 2005-10-30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니체 전집 제12권. 시인 니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니체 최... 비속한 천성의 특징은 말짱한 정신으로 자신의 이득을 주시하고 내면의 어떤 충동보다 목적과 이득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하다는 데 있다. 충동에 의해 합목적적이지 않은 행동에 빠져들지 않는 것 - 이것이 그들의 지혜이자 자아감정이다. 이에 비해 고귀한 천성은 더 비이성적이다. 고귀하고, 관대하고, 희생적인 사람은 실제로 자신의 충동을 따르며 이 최상의 순간에 그의 이성은 중지되기 때문이다. - 71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노동자의 하루가 지니는 가치는 임금으로 손쉽게 환산된다. 그 가치는 자신이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쉽사리 증명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