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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들

글쓰기.

오랜만에 세미나 준비로 글을 쓰느라 거진 이틀을 끙끙거렸다. 글쓰는 것도 운동 같아서, 오래 쉬었다가 하려면 그 시작이 참 힘겹다. 역자 서문도 써야할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또 언제 쓴담... -_-;;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참 아이러니한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내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진다. 그럴수록 되뇌여 본다. 글쓰기는 결과를 산출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그 자체가 변화해 가는 과정이고, 유희의 행위라고.

너무 무겁게 생각해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즐거움이라는 본질이 변질되어버린다. 글쓰기 뿐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다. 완벽해질 때는 언제나 도래하지 않는 "언젠가는"일 뿐이다.

 

글쓰기란 하나의 관점을 포획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것은 나의 관점이 전부를 이룬다는 선언이 아니다. 사유는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읽는한 사유는 하나의 관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만일 하나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면 나는 제대로 읽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내가 선택한 하나의 관점(혹은 평면)이 수없이 연접한 평면 중 하나임을, 그리하여 그 곳에 필연적인 오류나 결핍이 있음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수행하게 되는 무엇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미련이며 용기이다. 단지 내가 무엇을 깨어나왔는지를 확인하게 해줄 흔적에 불과하게 될지라도 말이다.

내가 변화해 왔음을 관념으로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글로 남은 미련한 흔적들은 시간을 뚫고 현재의 시점에서 그 변화를 단번에 경험하게 해준다.

 

참 글 안써진다는 핑계 한번 거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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