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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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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늘 관심을 갖는 주제의 책. 사기 전에 여기저기에서 워낙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위와는 반대로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기 쉬운데, 기대에 부합하고도 넘칠 만큼 좋았다.
페이스북에 쓴 감상은 3분의 2쯤 읽고 쓴 것이었는데, 그 뒷부분이 오히려 더 울림이 컸다.
3. 크리스티안 루더,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
아직 읽고 있는 중.
제목은 뭔가 거창한데, 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는 OK큐피드라는 데이트 사이트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다. 그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 자체가 일단 재미를 담보해준다. 그의 분석과 통찰도 재기발랄하다. 시간날 때 뒤적거리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4. 아브람 더 스반, [함께 산다는 것]
명백히 제목에 낚여서 산 책. '일' '죽음'과 더불어, 역시 관심을 갖는 주제가 '함께 산다는/일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과는 상관없이(굳이 따지자면 상관이 아주 없기야 하겠느냐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사회학 입문서'다.
나름의 미덕이 있는 책이지만, 내 기대와는 영 딴판이었다.
책의 원제는 [Human Societies: Introduction]이다. 원제야말로 딱 들어맞는 제목.
5. 찰스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내리막 ... 노마드]를 읽고선 연락해와 만났던 분이 소개해준 책이다. [내리막 ... 노마드]의 '일의 포트폴리오' 개념이 이 책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이 책을 굉장히 좋게 읽었다며 추천해주었다.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이나 [내리막 ... 노마드]에서 내가 말했던 '일의 포트폴리오' 개념은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다. 자신의 일이 하나의 직업으로 구성되지 않는/구성될 수 없는 시대에서 '일'과 '직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그리고 1에서 소개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의 중심을 이루는 '생업' 개념 역시 궤를 같이 한다.)
다양한 활동의 집합체로서 자신의 일을 구성하며,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자신의 직업을 동적으로 만들어가는 모델. 이 모델 안에서 일은 생활과 분리되지 않는다. 흔한 '일과 생활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라는 말은 이 모델 안에서 무의미해진다.
새로운 직업, 새로운 경력, 개인의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방식이 대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내가 '포트폴리오 인생 portfolio life'이라는 비유를 생각해낸 것도 바로 그때였다. 점점 많은 노동자가 반강제로 소속 조직이 없는 독립 노동자로 내몰리거나, 자의로 그 길을 택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이루리라는 생각에서 나온 개념이었다. _170쪽
요즘 직업의 세계는 공식통계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들이 준비해왔고 부모 세대가 이미 경험한 세상은 앞으로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만약 존재한다 해도 그들의 노년기까지 지속되지는 않으리란 사실을._171쪽
나로서는 당연히, 동의하며 공감가는 구석이 많은 책이었지만, 사실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가 내놓는 '포트폴리오 인생' 모델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좀 실망하긴 했지만, 찰스 핸디라는,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그루의 인생 스토리는 나름 읽는 재미가 있긴 하다.
흥미로웠던 것은 1932년생의, 쉘Shell이라는 전통적인 다국적 에너지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찰스 핸디가 마흔아홉이 되어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개념에 가닿게 되는 과정이었다.(그가 마흔아홉일 때라고 해봤자 1981년이다!) 그의 사고 과정은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은 2015년의 한국 사회에서 '일의 포트폴리오' 개념에 가닿게 되는 과정과 묘하게 대비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개념을 '생업'이라는 말로 풀어낸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가 이 시대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더 공명하기 쉬울 것 같다.)
이 대비의 지점을 명징히 드러내는 구절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완전히 홀로서기를 할 만큼 준비된 '포트폴리오 생활'은 중년의 전문가나 관리자에게 적합하다. 주택융자금도 얼추 갚은 다음이고, 비축해둔 돈이 있거나 보장되는 연금이라도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위험부담을 안고 독립 생활자로서 삶의 여정을 시작할 수도 있다. _172쪽
[내리막 ... 노마드]를 내놓고 이런저런 강연 자리에서 '일의 포트폴리오' 개념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마음에 걸렸던 구석이다. 그러니까 집 한 채쯤은 있는 중년의 전문가에게나 가능할 법한 삶의 방식을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청년들이 받아들이라는 부조리. 그럼에도 이 방식은 대부분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현실.
사회 초년생이 포트폴리오로서의 일을 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찰스 핸디가 말하는 대로 경제적 위험부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무슨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아직은 스스로 알기도 어렵고, 남들이 그 사실을 납득해줄 근거를 아직 쌓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일을 포토폴리오의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내몰리는 상황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강연에서는 몇 가지 뜬구름 잡는 소리를 주워삼기곤 하지만, 나에게 확신이 있을 리 없다. 아직까지 그렇게 해낸 사례들을 충분히 많이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례가 충분하지 않다면, 누구 하는 말이라도 아직 이론에 불과하다. 어쩌면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가 그토록 반가웠던 이유.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사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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