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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이야기

인간이 선한 존재이게 하는 경제: "칼 폴라니의 경제사상"을 읽고

근대 이전에는 실체적 경제(홍기빈의 용어를 쓰자면 살림살이 경제)의 필요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가 형성되었으며, 실체적 경제상의 필요를 넘어서는 잉여의 축적은 반사회적으로 취급되었다. 그런 취급이 꼭 의식적이고 명시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사회적 제도와 관습이 그런 잉여의 축적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대 사회는 실체적 경제, 질적 경제의 차원에 대한 고려가 사라지고, 양적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형식적 경제(홍기빈의 용어를 쓰자면 돈벌이 경제)가 최우선시되면서 모든 사회적 규범이 형식적 경제를 중심으고 구축되었다. 한 마디로, 경제주의가 지배적 가치관이요, 윤리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형식적 경제 아래 매몰된 사회적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핵심은 사회/경제적 상호작용이 "지역에 뿌리 내린 구성원"을 기초로 한 공동체 내에서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타적 행위에 대한 보상과 이기적 행위에 대한 응징이 이루어지는 호혜적 환경이 주어질 때, 인간의 "선한" 본능이 극대화된다. 양적 효율성만을 극대화하는 고도의 분업은 경제적 상호작용의 범위를 무한정 늘려, 모든 관계를 일회적인 것이나 다름없이 만들었고, 따라서 인간의 호혜적 본능은 퇴화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규정할 수 있는 본능으로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본능을 잠재적으로 품고 있으며, 그 중 무엇이 발현되게 할 것인가가 어떤 사회를 꿈꾸느냐에 선행하는 핵심 질문이다.


경제 활동의 자유를 인간 제일의 자유로 취급하여, 결과적으로 인간의 다른 모든 종류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유주의의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양적 극대화만을 좇는 자기조정적 시장에 고삐를 묶어, 경제가 사회에서 이탈되지 않고 다시 사회 속에 묻어들어가게 하기 위한 제도화 과정에서도 평등과 공정이라는 가치 아래 개인의 자유가 매몰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 제도화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그 제도화 과정을 국가에 전적으로 위임하지 않고, 자발적인 시민의 공동체가 그 과정에 적극적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럴 때, 제도화 과정은 시민 개개인의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이 될 수 있으며, 각 시민이 주체로서 누리는 자유가 확대될 것이다.




칼 폴라니의 경제사상

저자
J.R.스탠필드 지음
출판사
한울 | 1997-05-03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미국의 경제학 교수인 칼 폴라니의 생애와 그가 경제사에 끼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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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저자
홍기빈 지음
출판사
지식의날개 | 2012-03-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돈벌이 경제학에서 살림/살이 경제학으로!『살림 살이 경제학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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