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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들

피로감

그의 가능한 최선을 상상하며 관계 맺기.

누구에게든 수천 수만의 주름이 접혀 있으며, 오늘 내 눈 앞에 펼쳐 보인 것은 그 무수한 가능태 중 단 하나에 불과하므로.


... 이렇게 되뇌이고 되뇌이며,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려 애쓰지만,

가끔은 그 가능한 최선에 대한 "상상"이 외려 더 나쁜 방향으로 치달을 때도 있다.

젠장, 내가 대체 왜 그래야 하지...라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면 위선일 거다.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세상이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는 눈곱만큼도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아니 심지어는 수많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 앞에서 그 "나은 방향"이란 것은 늘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만 정의될 뿐이라는 체념 앞에,

나 하나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하려 애쓴다는 건 다 헛짓거리라는 생각도 가끔은 찾아든다.



그렇게 피로가 밀려드는 때가 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입밖에 잘 꺼내지도 않고,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조차 꺼리는 편이다.

사실 해결책을 물으려는 생각 없이 무작정 분노와 조소, 슬픔을 뿜어내는 부정적 이야기란,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킬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오늘은 서울 올라가는 차에서 읽을 책으로 <시지프 신화>를 챙기며 몇 줄 끼적여 본다.

언제나 이런 피로함이 지나고 나면, 더 큰 긍정이 찾아왔으니까.


아직은, 그 피로가 날 삼키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