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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들

움직이는 읽기

내가 텍스트가 있는 곳으로 가는 읽기가 있고, 텍스트를 내가 있는 곳으로 끌고 오는 읽기가 있다.

후자는 텍스트 바깥에서 뚜렷한 목적이 구축되어 있을 때 유용한 읽기 방법이겠으나, 늘 그런 식으로 읽는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의 읽기가 무의미해진다. 모든 읽기가 동어반복이 될 뿐이다.


텍스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읽었다면, 물론 다시 그곳을 떠나 나의 진지로 돌아와야할 것이겠으나, 그때 돌아온 곳은 더 이상 읽기 이전에 머물었던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진지는 확장되고 움직인다. 이렇게 끝없이 이동하는 방식으로 읽는 것은 '믿음'과 '진리'를 구축하려는 사람에게는 불안하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이 아니라면 그 많은 읽기가 다 무슨 소용이겠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믿음을 갈고닦고 싶은 것이라면, 그저 한 책을 되풀이해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 역시 나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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