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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

약속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한다, 는 말을 뱉기를 대체로 꺼리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해야 할 때조차, 언제나 단서를 붙이고 피해나갈 구멍을 열어둔다. 이 역시 내 리스크 회피 성향의 반영일 것이다. 무슨 일이든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데, "무엇을 할 것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겠나. 그리 단언할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경솔한 것이라며 이런 마음을 정당화하곤 한다. 

여기에서의 변수엔 내 변덕도 한몫한다. 나는 내가 얼마나 끈질길지, 한결같을지 그리 확신하지 못한다. 더구나 나는 기꺼이 변덕스럽게 살고자 하는 편이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때 하고 싶었던 마음만으로 끌고갈 만큼 무언가에 대단한 신념이나 열정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래서 뱉은 말이 숙제가 되어 내 변덕에 족쇄를 채우는 상황을 늘 피하고 싶다. 최대한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며 살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O을 하려고 한다고 선언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걸 최근에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불확실성을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완전히 믿지 못함에도, 선언하지 않고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미래의 나까지 동원해 약속해야만 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어떤 일이 하고 싶어지거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일이, 그렇게 벌어지기도 하는구나.


아무튼, 뭘 하겠다고 뱉어놨으면, 그래서 하나의 톱니바퀴가 굴러가게 만들었으면, 그 말에는 책임을 져야겠지. 내 마음이 꾸준히 동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잘 단도리를 해야겠다. 우선 거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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