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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

김소연 시인의 한겨레 기고글을 읽고는, 아래 구절에 마음 속으로 두겹짜리 밑줄을 그었다.

"어쩌면 인생 전체가 이런 시행착오로만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싶다. 죽는 날까지 경험할 필요 없는 일들만을 경험하며 살다가 인생 자체를 낭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을지라도, 커다란 후회는 안 해야겠다 생각한다. 수많은 인생 중에 시행착오뿐인 인생도 있을 테고, 하필 그게 내 인생일 뿐이었다고 여길 수 있었으면 한다. 대신, 같은 실수가 아닌 다른 실수, 같은 시행착오가 아닌 새로운 시행착오, 겪어본 적 없는 낭패감과 지루함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빛나는 경험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걸 이제는 안 믿는다. 경험이란 것은 항상 일정 정도의 비루함과 지루함과 비범함과 지극함을 골고루 함유한다. 돌이킬 수 없는 극악한 경험을 제외하고서 말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47043.html


+++


얼마 전의 대화에서 <지속가능성>이 잠깐 주제로 떠올랐다.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것, 그럴 구조나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조직의 관점에서는 분명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개인의 관점에서 반드시 좋은 것도, 심지어는 '지속가능한' 것도 아니다.

아니 지속가능하게 하려는 대상은 관점에 따라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조직이나 사업일 수도, 활동일 수도. 동시에 그런 것들이 지속가능하게 되느라, 신념이 기쁨이 배움이 혹은 개인의 웰빙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요소, 모든 양상에 항상성을 바랄 수 없다면, 꾸준하고 지속가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보편적인' 기준에서의 지속가능성이 언제나 좋은 것일까?

나는 대체로 이른바 '멘탈'을 잘 유지하며 사는 편이다. 외부의 동요에 크게 흔들리지도 않고, 멘탈이 무너져내리는 경우도 잘 없다. 이런 게 멘탈의 지속가능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나는 멘탈이 강한 게 아니라, 내 멘탈의 용량을 알고 딱 그 안에서만 움직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삶은 안전하지만 그다지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 "같은 실수가 아닌 다른 실수, 같은 시행착오가 아닌 새로운 시행착오, 겪어본 적 없는 낭패감과 지루함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facebook, 2016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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