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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이야기

[20120908] 씨앗문장프로젝트: 칼 폴라니 < 전세계적 자본주의인가....>

19세기 자본주의가 '인간적 존재'라는 말에서 '인간적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살아날 수 있었다면, 20세기 자본주의는 모든 인간성을 아예 완전히 뿌리 뽑으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다음과 같은 인간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하느님도 제 몫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냄새 감지기와 촉각 표시 장치는 물론, 시각과 청각, 미각을 갖춘 통제 장치, 두 팔과 두 버팀대가 달린 틀거리로서, 잘 움직이면서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먹여야 할 입도 씻어야 할 피부도 살아야 할 삶도 없는 그런 인간 말이다. 아무래도 하느님은 '신성질서 회사'의 중역회의에서 계속 보내온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중역회의는 골치 아픈 영혼이라는 것을 몸에 지닌 아이들이 게속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보며 짜증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이 조정될 때까지 자본가들은 차선책을 취해야 했다. 즉 노동자들의 인간적 요소가 자기 실현이나 공동체 같은 마음속의 희망을 지향하지 않고 딴 데로 향하도록 그들이 상대해야 할 용과 괴물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허물어진 집 위로 밤새 떠돌아다니는 유령들을 그려내야 했다. _91~92쪽



인간의 노동은 이제 골치 아픈 조건들이 모조리 떨어져나가고 생활이라는 속성이 제거된 상품이 되었다. 인간으로 희생을 치러야 이윤이 계속 늘어난다. 더 많은 사이비 인간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이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변장 따위는 찢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벗어 던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유에 침을 뱉고' 투표는 코미디가 된다. ... 인간들이 사이비 인간이 되듯, 공동체도 사이비 공동체가 된다. ... 형실과의 관계 속에서 인격적 자아의 실현을 추구하려 들면 공산주의 또는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낙인찍힌다. ... 원래 멀쩡하던 모든 이들이 이제 제정신이 아니다. 전 세계가 정신병원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더 심각한 신경증 환자들이 나서서 덜 미친 대중을 이끈다. 자기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유쾌한 안도감이 온 나라에 퍼진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사실은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작 미친 것은 세상이다. 지구 곳곳에서 사악한 괴물들을 무찌르기 위해 십자군을 조직한다. 보탄 숭배(전쟁숭배)가 국가적 종교가 된다.  _94~95쪽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15

저자
칼 폴라니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02-07-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사상에 대한 해설을 겸한 편역서. 폴라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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