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을 본격적으로 읽기 앞서(대체 언제 읽을진 모르겠지만) 책세상 문고의 <신학정치론> 편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한 5년전쯤 수유-너머에서 손기태 선생님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읽는 성서" 강의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손기태 선생님은 목회자이면서 스피노자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분이었다. 당시의 나는 철학에 거의 무지했으니 그분의 강의에 얼마나 많은 "스피노자적" 요소가 있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나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성서를 읽으며 생겼던 많은 질문을 던질 곳이 필요했고, 마침 그 강좌를 만났던 것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교회라는 공간은 성서에 대해 "이성적이고 회의적인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니까.
그후 3년 가량 지나 인생에서 꽤나 급진적인 방향 전환을 하게 되기까지, 그 출발점에는 그때 들었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읽는 성서" 강의가 있었다. 그 강의를 듣고나서 본격적으로 종교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얼마 안 가 결국 초월적 신, 인격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면서 수많은 변화가 쏟아져 나왔으니까.
그때는 전혀 몰랐는데, 이제서야 <신학-정치론>을 만나게 되니 그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던 이야기들이 기실 스피노자 철학과 맥락을 같이 했던 것이란 걸 깨닫고 보니 기분이 참 묘하다.
스피노자 선생님, 알고보니 저와 꽤 깊은 인연이십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ㅎㅎ
신학-정치론(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18)
- 저자
-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출판사
- 책세상 | 2002-08-30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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