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쌀농사를 지어서 쌀을 거두었다면, 그것도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내내 풍년이어서 엄청나게 많은 쌀을 수확했다면,
이제와 왜 그 시간을 들여 얻은 것이 쌀 밖에 없는지를 한탄하는 일은 바보스럽다.
이제 채소가 필요하다면, 10년 들여 기껏 채소 한 자루 마련해 놓은 사람 흘깃거리며 부러워할 것 없이
나의 채소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
채소 농사를 쌀 농사처럼 하려 해서도 안 되고,
채소 농사가 쌀 농사처럼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제 채소가 먹고 싶은데 계속 쌀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쌀이랑 엇비슷한 보리쯤으로 타협하려 해서도 안 된다.
보리를 백 자루 얻는다고 그게 채소가 되지는 않지.
망설이며 변죽을 울리는 건 이제 됐어.
이제 땅을 일구고 채소 씨앗을 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