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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선

일상기술연구소 - 내리막 세상에서의 리더십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이고잉 님을 모시고 '배우는 기술 - 가르치는 기술'에 대해 연구했다.

http://www.podbbang.com/ch/11810

나는 '혼자' 배우는 걸 좋아하고 가르치는 건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방송 녹음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던, 세상이 내게 알려준 '배우기'와 '가르치기'의 관념을 의심해볼 수 있어 좋았다.

배우고 가르치는 기술에 대한 본격 연구는 다음 주에 하게 될 테고, 이번 주 에피소드에서는 '이고잉 님 인물탐구'가 핵심인데, (1) 국문학과를 나와 프로그래밍을 배워 프로그래머가 된 이야기, (2) 생활코딩과 오픈튜토리얼스를 시작하고 꾸려가는 이야기 모두 여러 면에서 영감을 주었다.

녹음하면서 하게 되었던 몇 가지 생각.

(1)
'내리막 세상'에서의 독특한 리더십의 유형에 대해서.
어떤 일을 벌이고 판을 조직하고 사람을 모아서 뭔가를 만들지만, 그 뭔가를 개인화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여기서 그 뭔가는 사업이 될 수도 있고 공동체도 될 수 있을 텐데, 그 사업/공동체를 구상하고 생각할 때 '거기에 내가 없게 되더라도'를 자꾸 상상한다는 것이다. 고잉 님이 이렇게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왜 오픈튜토리얼스를 비영리단체로 전환했느냐'에 대한 대답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오픈튜토리얼스가 사익에 의해 움직이지 않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미래의 나를 믿지 않으며, 다음에 누가 오든 지금의 내가 가진 의지가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내 멋대로 가늠해 보았다.
나는 이런 종류의 '시작하는 마음'이 언젠가 내 욕망이 움일 때 그 현재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과거의 나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어떤 일에 대해서도 이게 내 필생의 과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태도.

(2) 사회성/상호성의 지평에 대해서.
이번 연구는 묘하게 지난 주 방송 주제와 연결이 되었다.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이 결국 하나다, 라는 말은 지난 주 이야기했던 '상호성'의 개념과 공명한다. 동시에 오픈튜토리얼스라는 공공재에 콘텐츠를 집어넣고 또 그곳의 콘텐츠들을 활용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참여자들은 정확히 상호성의 원리 안애 공유지를 구축해나가는 사람들 같다.
상호성에서 핵심은 너와 나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셋 이상이 둘러 앉은 테이블에 무언가를 꺼내놓고, 둘레에 앉은 누구든 그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특정한 '그'에게 준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 내놓은 것이며, '그'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테이블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나의 책임은 특정한 사람/들이 아니라 테이블에 대한 것이다. 그 둘의 차이가 집단성과 상호성의 차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