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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선

다른 생각, 다른 일상

1.

세상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들, 그래서 자신도 공기처럼 받아들였던 것들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것은 때로 개인에게 일시적인 불행으로 다가온다. 물음표가 당연을 당연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주관으로 바뀌면, 그 개인에게는 일상에 또 다른 과제가 생긴다. 새로운 주관과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합치시키며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밖에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때로 후원을 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야 어찌보면 쉽지만, 그도 결국은 일상을 살아야 한다. 삶에서 내려야 하는 무수한 선택 앞에서 새로운 주관이 턱턱 마음을 붙들어 버린다. 

일상이 전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면, 턱턱 걸리는 마음을 그저 참아야 한다면, 결국 그 주관이라는 것은 사라지거나 이상한 자기합리화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고 그 주관을 위해 일상의 커다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글쎄 나는 그게 권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무언가의 포기가 더 나은 무언가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자기만의 셈법으로, 행복의 총합은 커져야 한다.


'주관'을 보존하면서 전과 조금이나마 다르게 행동하고 선택하고, 그렇지만 여전히 아니 좀더 온전하고 충만한 일상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대단한 인생은 모르겠지만, 바로 오늘 지금 당장의 일상과 주관을 이어붙이며 흥을 내며 살 수 있는 법.


이 지점이 언제나 내가 고민하는 문제다.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이게 내가 당사자로서 늘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걸 논하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생활하는 개인이 세상의 '상식'에서 벗어난 주관과 자신의 일상을 어떻게 함께 꾸리며 살까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2.

읽고 들으며 살다보면 이런 종류의 '주관'이 여러 분야에 걸쳐 생겨난다. 나의 경우, 한동안 그런 사안이 '일'이 었고, 요즘은 '젠더'에 대해 그렇다. 강남역 사건은 젠더차별에 대해 뚜렷한 관점을 갖게 만든 계기였다. 그 이후로 그냥 묻어두었던 자질구레한 여러 생각들이 덩어리를 이루면서 내 관점에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꽂혀 있는 걸 다 '일'로 만들어버린다. 맞춤하게(?) 롤링다이스의 조합원 12명 중 10명이 여자다. 자연스럽게 이 주제의 이야기를 허다하게 나눴고, 결국 두 줄기의 행사들로 엮어졌다.


3.

첫번째는 7월의 비:파크스쿨 <젠더차별과 여성혐오> 3강이다. 우선 사회에 공기처럼 흩뿌려 있는 여성혐오, 그 여성혐오의 폭과 깊이를 이야기한다. 내 식대로 1에서 이야기한 구도로 보자면, 사회가 당연시하는 것들에 어떤 '주관'을 가질 것이냐의 문제다. 

1강은 설명도 필요없는,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 http://onoffmix.com/event/71512

2강은 강남역 사건 이후 10번 출구를 빼곡하게 채웠던 포스트잇들을 아카이빙해 기사화하고 책으로 묶어낸 경향신문 취재팀과 출판사 나무연필의 대담. http://onoffmix.com/event/71517

3강의 주제는 "대중문화 속 여성혐오"다. http://onoffmix.com/event/71597

늘 멋진 글을 선물해주는 ize의 최지은 기자, 그리고 오래 후원해온 단체 여성민우회에서 멋진 강연을 선사하셨다고 전해들었던 손희정 선생님의 대담. TV나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찜찜함과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대담. 사심을 적극 발휘하여 내가 사회를 보겠다고 자원했다.


4.

두번째는 진짜 공을 많이 들인 비:파크 기획대담 <여성의 일, 새로고침> - 7월 20일부터 시작해서 사전 오픈테이블 + 5회의 대담으로 진행된다. http://www.bpark.kr/#!special/of86a



이 기획은 다시 1의 구도로 보자면, "그래서 어떻게 선택하며 어떻게 일상을 살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여성 개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일하며 살아갸아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 노하우들을 나누는 자리이기를 바라며 기획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라인업 -- cbs 김현정 앵커, 세이브더칠드런 김희경 본부장, 곽정은 작가, OEC 장영화 대표, 그리고 정치인 은수미.


각각의 분들과의 사전 미팅은 내게 정말 귀한 시간들이었다. 역시 사심을 맘껏 채울 수 있는 자리였다. 어떤 자리에선 눈물이 핑 돌아 안간힘을 내어 참느라고 힘이 들기도.

딱 30명의 청중만 모신다. 긴밀하고 뜨거운 자리였으면 좋겠다. 모인 30명이 (1) 세상에 흩어져 있는 보이지 않던 동료들을 확인하고 (2) '주관'을 희생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지혜와 노하우를 가져갈 수 있기를, 그래서 (3) 세상 곳곳의 수많은 사다리 위에 즐겁게 살아남는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자리를 기획하며 품었던 바람이다.


7월부터 8월은 나에게, 그리고 롤링다이스에게 여성이면서 또 일하는 사람으로서 뜨거운 여름이 될 것 같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