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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선

도쿄의 서점들

도쿄의 서점들 돌아본 얘기를 한곳씩 정리해야지, 싶은데 여독에서 허우적 중이다.

퍼블리 박소령 대표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보고 그 두텁게 쌓인 문화가 '부럽다'고 했던 것처럼,

도쿄의 서점들을 보면서 나 역시 '부럽다'는 생각을 떨치려고 애써야 했다.


그런데

부럽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오히려,

서점 각각이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점 열두어 곳과 코워킹스페이스 두 곳, 그외 오가면서 개인들이 운영하는 작은 상점들을 보면서, 그 장소들 모두를 관통하는 안정감과 조화가 오히려 가장 인상적이었다. 딱 맞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어설프고 촌스런 구석이 있어도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맞는다.


이건 도쿄의 식당들에서도 여실히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길을 가다 적당히 어느 식당에를 들어가도 기본 이상의 음식을 기대할 수 있다. 허투루 생각 없이 만든 음식도, 무리하게 만들어진 음식도 없다.

서점이든 식당이든, 전부 사회가 쌓아올린 토대를 딛고 선 인상을 준다. 묘하게 관통하는 안정감과 조화. 맨바닥에서 한 개인의 취향만으로 이뤄진 결과물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서점이 나오려면, 그 정도 상품의 다양성이 애초에 시장에 있어야 하고, 분야와 상관없이 교차편집으로 상품을 구비하고도 합리적으로 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욕구를 탐구할 여지가 일상에 있어야 한다.


가죽 관리 용품이 놓인 코너에는 가죽관리에 대한 실용서야 기본이고, 무슨 기준으로 골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한 장의 클래식 CD, 구두와 시계에 대한 책, 야구 글러브가 표지에 놓인 책이 나란히 놓여 있다. 그냥 구색을 맞춘 카테고리킬러의 느낌을 넘어선다. 이런 걸 하려면, 훌륭한 서점 운영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숨을 가다듬으면서, 

"여정을 떠나는 사람은 왜 여기에서 출발하게 되었냐고 불평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 사진은 동경역 키테에 있는 [마루노치 리딩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