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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들

대관령의 겨울살이

대관령에 내려와 살게 된 후, 세 번째 맞이하는 겨울.

작년에도 참 눈 많은 겨울이었는데, 올해도 벌써 눈길이 닿는 곳마다 온통 하얀 눈.


서울에 살던 시절, 눈은 머릿속에서나 낭만적이지 현실에선 금세 거무튀튀 더러워지는데다가 교통체증만 일으키는 골치덩이였다.

대관령에서의 눈은 다르다.

말 그대로 "눈처럼" 하얀 눈은 봄이 와 저절로 녹아 없어질 때까지 그 빛깔을 지켜낸다. 







많은 사람에게 대관령은 너무 추워 살기 험한 동네다. 서울보다 늘 7도 정도 기온이 낮으니, 스키 타는 사람이 아니고선 여름 피서로 딱인 동네니까. 그런데 나는 대관령의 겨울이 좋다. 영하 5-6도만 되어도 봄날 맞은 양 겉옷 앞섶을 다 풀어헤치고 뛰노는 이곳 아이들처럼 나도 어느 새 추위에 익숙해졌다. 





마음이 부산하고 머릿속이 복잡할 땐 눈 쌓인 산을 오른다. 

2012년의 새해 첫날에도 눈 쌓인 산을 걸었다. 새해 첫날에 걸맞은 사색을 하며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딱히 평소와 다른, 비장하거나 참신한 생각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새해라고 별 게 있을까. 눈 쌓인 산이 겨울이면 늘 그곳에 있듯, 새해도 또 그렇게 오고 갈 뿐이다. 2013년의 첫날도 똑같이 그렇게 맞고 싶다.





그렇게 산에서 내려와 난로불 쬐며 밤을 구워 먹으면, 더 좋은 무엇도 상상하기 어려울 게다.






오늘도 눈 내린 언덕 위로 해가 어스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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