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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

재미있는 일

"그 일은 왜 그만뒀어요?"
"재미가 없어서요."

"[롤다] 혹은 [인생] [기타 등등등]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예요?"
"재미있는 거요."

이런 말이 누군가에겐 팔자 좋고, 철딱서니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얘기를 듣기도 한다.
롤링다이스에서 재미있는 걸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건 각자 생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재미만을 찾아서야 돈 되는 일이 되겠냐고.

그런 사람들은 "재미"를 쾌락 같은 것쯤과 동의어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국어사전에서 "재미"라는 말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나에게 재미란 여러 종류가 있다.

(1) 말 그대로 활동 자체가 주는 재미. 이건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재미다.
(2) 내가 원하는 판에서 일하는 재미. 이건 자기결정권의 문제다. 원하는 판에서 일한다고 물론 그 일에 포함된 모든 '활동'이 재미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질 마음으로 일하는 것. 거기에는 활동이 주는 재미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3)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 재미를 쫓아도 생산성 있는 일이 되게 할 수 있는 이유다. 이건 (2)와 어느 정도 연결되는데, 내가 원하는 판에서 일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는 때로 지루하고 괴로운 활동을 견뎌내고도 남을 정도로 크다. 
(4)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재미. 혼자 하거나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할 때는 재미없는 일도 맘이 맞는 사람과 합을 맞추면 재미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진짜 별것 아닌 일인데도, 단지 "그 혹은 그녀"와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건 누구나 경험해봤을 터.

활동만을 놓고 보자면, 이전 회사에서 하던 일이 지금 하는 일보다 꼭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1)부터 (4)까지, 재미의 모든 측면을 놓고 보자면, 지금 하는 모든 일이야말로 나에겐 참 재미있는 일이다. (1)과 (4)까지의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며 살도록 일상을 구성하려고 늘 애쓴다.

프로젝트(project)의 수준에서 재미있기 위해서는 태스크(task) 차원에서 재미없는 일을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프로젝트가 잘 돌아갈 때, 기획했던 판이 짜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손발이 맞아갈 때, 그것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다. 모두의 웃는 얼굴이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하여 모든 재미없는 태스크가 결국은 재미있는 일이 되버린다.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재미란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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