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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

마음껏 주관적일 것

한때 반짝반짝 빛나던 분이었다.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그러던 그분은 큰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임원의 자리에 가더니 영 무능력한 리더가 되고 말았다. 그가 벌이는 프로젝트는 몇 년째 족족 실패로 끝났다. 이젠 그를 빛나게 하던 분석의 능력과 화려한 화술이 오히려 독이 되는 듯하다. 지적 유희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분석 업무를 쏟아내 팀원들은 길을 잃고, 겉만 번지르르한 프리젠테이션에 사람들은 이제 냉소를 보낸다. 


그런 그를 보며 “자신이 있지 말아야 할 자리를 꿰어 차고 떠나야 할 순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냉랭히 조소하다가, 문득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냉정하고 객관적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도달하곤 가슴 한쪽이 서늘해진다.

 

사실 “객관적”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시선들의 평균치”에 불과하다. 자기 자신에게 객관의 잣대를 계속 들이대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어느 순간 희미해져 버린다.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과연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걸까, 나는 잘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걸까 등등,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평균적인 남의 시선에 얽매여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실상 궁극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은 “나는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이 경험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있는가”다.


그러니 나의 “객관적”인 시선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그 사람을 비난할 때, 그의 “주관적”인 시선은 리더가 되는 법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며 자신을 칭찬하고 있을 수도. 그 순간 나의 “객관적”인 시선은 또 하나의 “주관적”인 시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