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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

가면이 곧 나

“현자에게는 내가 없다.”


스승은 네 가지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즉, (특권적인) 관념이 없고, (미리 정해진) 필연성이 없고, (고정된) 입장이 없으며, (개별적인) 자아가 없다. (『논어』, 「자한」)


"현자는 ··· 각 상황에 ‘대답하기’ 위해서 회전하고 끊임없이 스스로 ‘순응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작용하는 사용 속에 적합한 방식으로” (자기를) “묵게 한다”.

__ 모두 프랑수아 줄리앙의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 중에서.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반양장)

저자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 2009-12-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는 선과 악, 은폐와 비은폐, 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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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넷의 『투게더』 세미나 마지막회차를 준비하면서 오래 전 읽었던 위의 책이 자꾸 떠오른다.

세넷은 마지막 부에서 '가면쓰기'(결국 세넷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릭터' 구축과 맞닿아 있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회적 협력, 갈등 관리, 외교적 기술, 회의에서의 행동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는 실이 하나 있다. 그것들은 모두 일종의 공연 ... 사교적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연극적으로 표현된다."_ p383 『투게더』

그러나 세넷에게 가면쓰기란 그저 자족적인 간교가 아니다. "은폐의 가면이 반드시 자기방어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예의범절과 책략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감정을 가려주는 행동이다."_p384

적절한 가면을 쓴다는 건 나르시시즘이나 움츠려들기withdrawal에 빠져들지 않고 '거리를 둔 채' 일과 환경을 바라봄으로써,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으며 사회적 관계 안에서 적절한 역할을 해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종류의 가면을 쓸 수 있을수록, 그 주체는 훨씬 "사회적"인 주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가면쓰기의 과정을 "나"의 서사로 통합해낼 수 있을 때, 주체는 소외나 자기연민의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그 모든 가면이 "나"다.

날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비사회적'인 것은 명백하다. 그런 비사회성이 때로 진정성으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투게더

저자
리처드 세넷 지음
출판사
현암사 | 2013-03-0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협력’없이 살 수 없는 세상, 경쟁을 멈춰 세우는 방법!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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