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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이야기

불가해한 것은 불가해한 대로

2016. 8. 1. @facebook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1999년 일어난 콜럼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가 쓴 책.





지난 이틀 동안 틈이 나는 대로 맹렬하게 읽었다. 지난 1년 사이에 이 정도로 몰입해서 읽은 책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난 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던 자식을 뒤늦게 이해하려는 고투, 처참히 망가진 자신의 일상을 버텨내려는 끝없는 싸움에 감정이 고스란히 이입되어, 몇 번이나 나도 숨을 고르며 읽어야 했다.

우리는 자신에게, 혹은 세상에 일어난 엄청난 사건들 앞에 손쉽게 악한 쪽을 지목하고 잘 정돈된 인과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삶을, 또 인간을 -- 그게 자신의 '착한' 10대의 자식이라도 -- 완전히 이해하기란 언제나 불가능하다. 불가해한 것을 불가해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상황이 불가해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확률을 나은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하는 것에는 훨씬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 수 클리볼드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다. 존경스러웠다.

무엇보다, 정말 잘 쓰인 책이다. 글도, 구성도 너무 좋아서 고스란히 저자의 마음을 따라갈 수 있었다. 200쪽에 이르러, 드디어 저자가 남편과 함께 경찰로부터 사건전개의 자세한 브리핑을 듣는 순간에는 나 역시 페이지를 넘기기가 고통스러웠다. 저자가 아들과의 기억을 소환해 일상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그때 내가 다르게 했었더라면"이라고 수없이 되뇌일 때는 나 역시 가슴을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럼에도 아들과의 행복했던 기억, 그 기억 속 '좋은' 아들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모르는' 아들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며 자신의 삶을 통해 그 잘못을 넘어서려는 노력은 숭고하게 느껴졌다.

좋은 책이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좋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