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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

불편하면 확장되고 있는 것.

새로운 일들을 몇 가지 하면서 요즘 드는 생각들.


1.
뚜렷한 전례가 없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는 사업은 그 모델의 실현가능성을 대표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얼마 전 올렸던 Oyster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사업의 실패는 꼭 그 모델의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한 사업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서너 개의 별은 일렬로 늘어서줘야 한다. 그 별들이 무엇인지 미리 아는 일은 정말 어렵고, 설사 미리 알 수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그 모든 별을 일렬로 세울 수 있는지는 해보기 전엔 모른다. (사실 해봐도 모를 수 있고.) 매 걸음이 앞을 볼 수 없는 채로 내딛는 걸음.

그럴 때 어떤 곳에 자기확신을 붙들어두고 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게 그냥 사업의 대상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고, 사람에 대한 믿음일 수도 있고, 잘 되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는 낙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일 수도 있고. 아무튼 무언가는 있어야 한다. 그게 그냥 잠깐의 눈속임 같은 거라도. 특히 팀을 이끌고 간다면 더욱.


2.
기본적으로 같은 일에 같은 역할을 하더라도 함께 하는 상대, 일이 놓이는 상황에 따라 일의 부담도 방식도 정말 달라진다. 매 상황이 특수하고 해보기 전엔 모른다. 
나이들수록 뭔가 달라지는 게 왜 싫은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편하게 가는 법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거기서 뭔가 달라지면, 그게 다 짐일 것을 아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편한 것을 반복하면 나의 세계는 점점 쪼그라들고 그러다가 소멸하겠지. 불편하다면 확장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간다.


3. 
PUBLY의 독자로서 몇 편의 글을 읽어왔는데, 필자로 참여하면서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있다.

가장 크게는, '상호성'의 개념에 대해 몸으로 느끼게 된달까.

말하자면,
내가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똑같은 돈을 받아 탐방을 하고 글을 쓴다면, 내가 느끼는 책임감은 굉장히 건조한 종류의 것일 뿐이다.

PUBLY가 만든 구조 안에서는, 그 돈에 사람의 얼굴이 함께 온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 돈을 누가 얼마 주었다는 것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책임감의 빛깔을 좀 다른 것으로 만든다.

직접 독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 독자의 존재를 직접 확인한다는 건 쓰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콘텐츠에서의 D2C 모델이 필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


201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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