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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각들

상류냐 하류나 그것이 문제로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친구 하나가 '하류지향'이라는 책 이야기와 함께 아래의 테스트(?)를 올렸다. 열두 개 항목 중 반 이상 해당하면 '하류적'이란다. 그런데 그 포스팅에 댓글이 만선이었다. 대개가 자신이 '하류'임을 인증하는 댓글들. 


① 연간 수입이 연령의 100배 이하이다 (일본엔화기준) 
② 그날그날 편히 살고 싶다 
③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④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⑤ 단정치 못하고, 모든 일이 귀찮으며, 외출하기 싫다 
⑥ 혼자 있는 것이 좋다 
⑦ 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다 
⑧ 옷 입는 패션은 내 방식대로 한다 
⑨ 먹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⑩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 
⑪ 온종일 집에서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⑫ 미혼이다(남자 33세 이상, 여자 30세 이상인 경우) 등이다.

저 항목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데, 
나는 1번과 7번, 12번을 제외하고는 뭐 하나 확신있게 답할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날그날 편하게 살면 그만이지 싶다가도 어떤 날엔 치열하게 살고 싶기도 하고. 나답게 살면 그만이지 싶다가, 대체 나다운 게 뭔가 하는 의문에 빠지기 십상이고, 만사 귀찮고 꼼짝하기 싫으며 혼자 있고만 싶을 때도 종종 있지만, 사람들 만나는 게 마냥 좋을 때도 있다. 패션은 내 방식대로 이긴 하지만, 유별나게 입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먹는 것 좋아하지만, 귀찮을 때도 있다. 과자나 패스트푸드도 맹렬히 먹어주다가, 뚝 끊다가 하기가 부지기수. 온종일 멍때리며 컴 앞에서 TV 앞에서 시간 보내는 짓도 가끔 하고.(아, 그러고보니 1번조차 확실치 않구나. 요즘은 얼마나 일하느냐에 따라 그조차 오락가락하는 듯.)


대개는 '열심열심 페르소나'가 전면에 드러나긴 한다. 그 녀석이 힘 빠지면 잠수를 타는 편이니, 이른바 내게도 '하류'의 얼굴이 있다면 그걸 아는 건 우리 남편 정도가 아닐지.(서울에서 멀찍이 떨어져 산다는 건, 그런 의미로 꽤 편리하다. '하류'의 정신이 활개를 칠 때, 숨어 있는 게 아주 용이하므로)

내 마음엔 하류와 상류가 처절히 공존하나보다. 그래서 인생이 피곤한가. 제발 둘이 싸우지 좀 마라.


그나저나 '하류지향'은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위 테스트가 '하류지향'에 나오는 건 아닙니다)



하류지향

저자
우치다 타츠루 지음
출판사
민들레 | 2013-07-3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젊은 세대들이 공부와 일에서 달아나고 있다. 왜 그럴까?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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