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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생각

무리지음의 실험

내가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거칠게 정리하자면, 아래 정도일 테다.


1) 자신의 욕망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개인'으로서 자신을 재정립하고,


2) 그 과정에서 눈 앞의 현실(사회적 맥락과 개인적 맥락 모두)을 직시하며,


3)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욕망의 총합을 재구성한다.


4) 욕망의 재구성이 욕망의 빈곤화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무리지음'(공동체)이 필요하다.(협동조합이 그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5) 우리에게는 전근대적 가족 모델 말고는, 준거 삼을 공동체의 모델이 없다. 그리하여 새로이 정립된 개인들이 무리를 이루려는 모든 시도는 실험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도 아쉬웠던 것은 4)와 5)에 대해서 충분히 쓰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인지 책을 내놓고 난 후에도 1)과 2), 특히 1)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다. 이는 지금의 내가, (그리고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 속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1)-3)이 없이 건강한 4)와 5)로 나아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4)와 5)의 과정은 지금 내 삶에서 열띤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이 실험이 더 진전된다면, 언젠가는 4)와 5)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풍성해지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책을 내놓고 많은 사람과 새로운 지평에서 만나면서, 내 안에서 4)와 5)의 과정을 위한 또 다른 동기들이 촉발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어서 다시 컨텐츠를 채우고 이야기를 쌓아나가고 싶었다. 책 내놓고 한달이 가기도 전에 부랴부랴 다시 세미나를 개시한 이유다. 책을 읽으며 현실의 언어와 연결 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게는 언제나 세미나였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 


내리막 세상, 아니 심지어 후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도 어쨌든 가슴 뛰는 일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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