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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일상들 이세돌이 3차전에서 패배하고 "인류가 진 것이 아니라 인간 이세돌이 진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김연아의 소치 올림픽이 떠올랐다. 누가 보아도 억울했을 결과였지만, 김연아는 자신을 패배자나 피해자의 자리에 놓지 않았다. 김연아는 끝까지 우아했고, 그래서 승리자였고 강자였다. 소치 올림픽 메달 수여식에서 미소 짓는 김연아를 보면서, 나는 김연아의 이후 인생 동안에도 죽 팬으로 남게 되겠구나 예감을 했다. "인간 이세돌이 진 것"이라는 이세돌의 말은 겸손이기도 했겠지만, 과도한 의미 부여로 자기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경계인 것으로도 읽혔다. 이세돌이 하는 것은 바둑이다. 그는 바둑을 더 잘 두고자 하며, 바둑을 고민한다. 인류를 대표한 AI와의 싸움, 같은 해석은 이세돌의 몫이 아니다. '올.. 더보기
길잡이 한달 내내 생각이 굉장히 복잡했다. 나의 경우, 생각이 복잡할 때는 대개 내 마음을 잘 모르겠을 때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을 때, 이런 마음과 저런 마음이 충돌하는 것 같을 때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을 때는 상황이 복잡하더라도 명료한 길잡이가 있는 셈이니까. 오늘 아침에야 내 마음에 뭐가 있었는지 드디어 말로 설명할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걸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일 터. 내 안에서 우선순위가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기존의 이해대로 밀어붙이려니 마음이 그리로 잘 따라가질 않았던 모양이다. 마음의 우선순위에에 옳고 그름 같은 건 없다. 다만 실제와 다른 것을 사실이라고 믿다 보면 자기 기만이 생긴다. 네 눈에 다시 불이 들어.. 더보기
"그만두고도 살 수 있다" 비:파크레터의 첫번째 책으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가 선정되어서 좋았다.(우리가 리스트를 드리긴 하지만, 책을 고르는 건 필자다.) 내가 한번 페북에서 소개한 적도 있듯이, 나도 참 좋았던 책이기 때문이었다. 레터가 나간 바로 다음날, 신문 인터뷰를 했다. 또 모처럼 "왜 직장을 그만두었는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은 이미 꽤 지난 일이고, 직장인이 아닌 지금의 일상이 익숙해져서, 그만둘 때의 마음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뭔가 주섬주섬 답을 하긴 했는데, 그날 밤 돌아와 다시 장강명 작가의 레터(https://brunch.co.kr/@bpark/1)를 읽다 보니 더 나은 답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내가 그만둘 수 있었던 건 "그만두고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