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술자리. 그러고보니 책 나오고 처음으로 가졌던 술자리였다.
책을 전해주고, 저자 된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한참 답을 하고...(그 답을 요약하자면, 쓸 때는 안 팔려도 상관없다 기분이었는데, 나오고 나니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내년에, 그리고 또 더 나중에 우리는 어떤 일을 벌릴까, 라는 이야기로. 당신이 모의하는 일과 내가 모의하는 일이 어떤 식으로든 교차하리라는 믿음으로.
직장에 다닐 땐, 퇴근하고 일 얘기 하는 걸 정말 싫어했는데, 요새는 웃고 떠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일 이야기다.
추운 날씨를 뚫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시대 일하기] 세미나의 첫날이 떠올랐다. 책 준비하면서, 그 길을 누군가들과 함께 하고 싶어 조직한 세미나였다. 역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 사심 충만하게 열었던 장인 셈이다. 모두가 처음 만난 그 자리, 각자가 털어 놓았던 "일"에 대한 고민이 내가 원고를 끝까지 써내려가는 데 어떤 지향점이 되어주었다.
(1) 그냥 재미있게 일해왔는데, 문득 일이 그냥 재밌기만 하면 되는 건가 싶었다.
(2) 일을 많이 하는 건 괜찮았는데, 인간적 배신감이 힘들었다.
(3) 오랜 고민 끝에 이상과 맞닿아 있는 일을 찾았는데,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4) 공적 생활과 사생활을 분리하며, 사생활 속의 나만이 진짜 나라고 생각해왔는데, 이게 옳은 걸까.
(5) 돈 버는 방식이 병들어 있으면, 돈 쓰는 방식에도 병이 든다. 건강하게 돈 버는 방법은 무엇일까
(6) 일단 취업해야 하니까 맘에 안 드는 회사까지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고 있다.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이 질문들에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보고 싶었다. 쓰고 보니 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은 책이 되고 만 것 같다. 아니 실은, 더 정교하고 더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함께 묻고 있다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는 사람이 있어주면 좋겠다.
2014년 12월 3일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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