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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거나 옮기거나 만든 책 이야기

당신이 일하는 여성이라면, 새해 첫 글로, 여러분에게 책으로 출간되어 나온 [여성의 일, 새로고침]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어제부터 어떻게 소개하면 가장 좋을까, 고민했는데요.당신이 일하는, 일할 여성이라면, 그리고 당신이 일하는 여성을 동료로서 이해하고 싶은 남성이라면, 새해의 첫 책으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보시길요.이 책에는 다섯 명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cbs 김현정 PD, 곽정은 작가, 김희경 전 세이브더칠드런 본부장, 장영화 oec 대표, 그리고 은수미 전 국회의원. 이 대단한 분들이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솔직히 내보여주셨습니다.각각의 분들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는, 모두 실패담의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명시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었지요.) 이 정도로 이름난 분들의 '일'에 대한 이야기라면, 보통의 경우 .. 더보기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 옮긴이의 글 옮긴이의 글 2016년 봄,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에는 대다수가 이세돌의 손쉬운 승리를 점쳤지만, 뚜껑이 열렸을 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세돌이 3국까지 내리 패배를 기록하자, 그 패배는 기계 앞의 무력한 인간을 상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네 번째 대국에서야 이세돌이 승리를 거두었을 때, 이제 그 승리는 거꾸로 인간의 위대한 승리로 받아들여졌고, 수많은 사람이 가까스로 안도에 이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섯 차례 경기 중 단 한 번의 승리는 불완전한 희망을 줄 뿐이었다. 대국이 끝나고 한참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빼앗아 갈 직업에 대한 전망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수많은.. 더보기
[옮긴이 후기]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 시민경제로 내리막 세상의 낙관을 읽다 출판사에서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의 원서를 보여주며 “이 책을 출간하면 어떻겠냐”를 물어왔을 때, 내 대답은 이랬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제가 번역해보고 싶은 책이네요.” 작은 협동조합을 꾸려 새로운 일터의 모델을 고민하는 사람인 나에게 이 책은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간편한 대답을 지나치게 실용적으로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랬다. 이 책은 요즘 들어 부상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과 같은 경제조직의 근간에 있는 원칙들을 ‘시민경제’라는 이름으로 아우르면서, 이런 경제조직들이 어떤 역사적 맥락 속에 놓이고 어떤 원칙 아래 작동해야 하는지 짚어준다. 그리하여 내가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 즉 경제 활동 속에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 더보기
감사합니다 어제 처음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추운 날씨에 장소를 가득 채워주셔서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지난 3-4년 글을 꾸준히 써오긴 했지만, 거의 언제나 세미나를 위해서였고,그러니만큼 눈 앞에 보이는 청중에게 전하는 글이었던 셈입니다.처음으로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있다는 실감에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인 것 같습니다. 어제의 자리에서 말씀 드리기도 했지만,책을 쓰는 동안은, 책을 쓰는 일이 제가 하는 여러 일 중에 가장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글을 쓰는 일은 오롯이 혼자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내고 2주 남짓 지난 지금, 이 일이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사회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고, 물리적으로 실감하고.. 더보기
일에 대한 당신의 질문 어제의 술자리. 그러고보니 책 나오고 처음으로 가졌던 술자리였다.책을 전해주고, 저자 된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한참 답을 하고...(그 답을 요약하자면, 쓸 때는 안 팔려도 상관없다 기분이었는데, 나오고 나니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내년에, 그리고 또 더 나중에 우리는 어떤 일을 벌릴까, 라는 이야기로. 당신이 모의하는 일과 내가 모의하는 일이 어떤 식으로든 교차하리라는 믿음으로. 직장에 다닐 땐, 퇴근하고 일 얘기 하는 걸 정말 싫어했는데, 요새는 웃고 떠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일 이야기다. 추운 날씨를 뚫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시대 일하기] 세미나의 첫날이 떠올랐다. 책 준비하면서, 그 길을 누군가들과 함께 하고 싶어 조직한 세미나였다. 역시 내가 하는 .. 더보기
첫 책이 나왔습니다 제 첫 책이 나왔습니다. "첫"이라는 말을 꼭 붙이는 이유는 두번째, 세번째 책도 쓸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참 성급하지만, 책을 쓰는 과정이 제게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기에 그렇습니다. 그것만으로 계속 글 쓰는 사람일 수 있기를 바라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글이라거나,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저의 "첫" 책이고,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나중에는 이 책이 부끄러워질 만큼 더 잘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더 잘 살아내야지, 계속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긴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짧게 말해 "이 시대의 일하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올해로 제가 '일'해온지는 딱 15년째에 들어섭니다. 그.. 더보기
일work과 일자리job 번역하다가 아래 부분을 읽으며 정말 턱이 가슴팍에 닿도록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정확히 공명하고 있는 구절이었다. 더구나 "일의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별 생각없이 많이 쓰던 표현이었던지라 책에서 만나니 놀랍고 반갑기도 했다. 직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일을 하는 사람인 내게 직장/일자리와 일의 관계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서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대개에게 직장은 일종의 소속된 공동체이기도 하고(좋든 싫든), 자신의 준거집단이기도 하다. 나에겐 그런 고정된 물리적/심리적 '장소'가 없는 셈이다. (물론 롤다가 어느 정도 그런 점을 해소해주고 있지만) 실제로 회사를 그만둔 후, 나 스스로 자각하는 나의 사회적 나이는 더 이상 늘어나질 않는 것 같다.(애석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더보기
절망북스 - 사표 두 번째 이야기 필자로 참여한 "사표- 두번째 이야기". 다른 글들 전부 개성이 톡톡, 깨알 같이 재밌어요. 내가 "사표 - 두번째 이야기"에서 맘에 들어하는 구절은 판권 페이지에 숨어 있습니다. "잘못 만들어진 책이라도 교환이 어려우니 그냥 봐주시기 바랍니다." 피고름 흡혈잡지인 마당에 좀 봐주세요. 우리 전부들 힘들게 살잖아요. 물론 책은 잘못 만들어지니 않았습니다. 알라딘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고고씽. 참고로, 책이 많이 나간다고 저에게 돌아오는 건 없습니다. ㅎㅎ 저는 고료 같은 건 뭔지 모르는 여러 필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더보기
주인의 권리, 주인의 책임 -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2,3부 함께 읽기 ‘주인’이라는 말을 여러분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시나요? 무엇의 주인이라면, 그 무엇을 소유한 사람을 가리키죠. 그렇다면 소유한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요? 보통 소유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되는 것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처분할 권리를 갖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주인’이란 물건이나 재산에 대해서만 쓰이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때로 인생의 주인이라거나 국가의 주인이라거나 하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인생이나 국가는 사용하고 처분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이럴 때 쓰이는 ‘주인’이란 말은 어떤 뜻일까요?저는 주인됨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그 대상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대로 사용하고 처분할 권리를 갖는.. 더보기
점수 매기는 권력 -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1부 함께 읽기 학창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시험을 앞두고 무턱대고 달달 외워댔던 수많은 내용은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 있질 않습니다. 책상 앞에만 붙들렸던 게 아닙니다. 줄넘기 실기평가 준비한다고 몇 시간을 쿵쿵 뛰기도 했고, 리코더 시험 분다고 오밤중까지 뱀 나오도록 피리를 불기도 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런 일들에 숱한 시간을 쏟아 부은 이유는, 다들 쉽게 예상하시다시피, 단 하나죠. 시험을 보고 점수가 매겨졌기 때문입니다. 전부 쓸데없는 일이기야 했겠느냐마는, 아마 다른 것에 점수가 매겨졌다면 저런 일들을 했을 리가 없겠지요. 시험과목이 아니었다면, 엄마도 날 붙들고 앉아 사회과부도는 잘 외웠는지, 줄넘기는 잘 뛰는지, 리코더는 잘 부는지 체크해보지는 않으셨을.. 더보기